태인양조장,피향정
2009.08.21
막걸리를 잘 빚는곳을 찾아보자는 친구의 꼬드김에 빠져서
"태인양조장"을 찾았다.
간판도 없이 골목에 위치한탓에 주인장과 전화통화를하여 간신히
찾을수 있었다.
2층의 허름한 시멘트건물 앞마당에는 연륜을 나타내는 커다란 향나무가 눈길을 끌고,
한켠에는 예전 술도가시절에 사용했음직한 항아리들이 올망졸망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다.
주인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살펴보니 "소줏고리"도 눈에 띄고
막걸리가 익어가던 큰독과 항아리술독,시루등이 놓여있다.
바닥에는 밑밥을 만들려는지 "밀"을 말리고있고
문옆에는 "무형문화재의 집"이라는 팻말이 선명하다.
처음 대하는데도 구수하고 친근하게 말을 풀어나가는데, 주로 민속주를 빚고 판매하는데 대한 어려움과 현실과의 괴리감 등이다.
감히 "죽력고"를 청하니 지금은 재고가 없고 관심이 있으면 9월중에 연락을 주라고한다.
잠시 어디론가 가더니 주인장이 막걸리를 한주전자 담아온다.
막걸리맛이 어떠냐는 질문에 돌아온 한마디 -
"맛 없어요, 시큼 털털하죠!"
과연 한모금 마셔보니 시큼 털털한데,
그옜날 시골에 놀러갔다가 사촌과 함께 막걸리심부름 다녀올때
몰래 한모금 먹었던, 바로 그맛이었다.
술을 잘못하는 친구는 맛있다며 연거푸 석잔을 먹더니 얼굴이 불그레하니 홍당무가 되는데 나는 운전때문에 참느라 혼났다.
그때 전화를 받는 주인장의 대화를 들으니 술에관한 토론같은데,
본인 막걸리에 "BODY감"이 적다는것을 시인하며
그맛을 올리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항상 비판을 받아들여서 좋은술을 만들려는 자세가 좋아보인다.
작별인사를 하자 막걸리를 담아준다고하여 그를 따라서 건물에
들어서자, 술이 익어가는 항아리들이 보이고
뚜껑을 닫은것도있고 모기장으로만 덮혀있는것도 있는데,
술익는 냄새가 약간 풍기는 실내는 선선하고 바람이 잘 통한다.
술독에서 막걸리를 퍼줄거라 생각했는데
바깥쪽의 스텐레스통에서 호스를 열고 페트병에 담아주어
약간 실망이다.
나오는 길에 "피향정"에 들렀다.
보물 제 289호이며 정면 5칸,측면 4칸의 팔작집인데
공포는 간결한 "초익공"이며 천장은 연등천장으로 ]
합각밑에 작은 우물천장을 한것이 특이하단다.
정자에 올라서니 눈앞에 연못이 보이는데
옜날엔 앞뒤로 "상,하연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하연지"만 남아있다고한다.
계단을 보수하면서 시멘트덧칠을 한것이 눈에 거슬리지만
천정에 세심한 그림과 채색을 한 우물천장이 돋보인다.
뒤쪽으로는 "호남제일정"이란 현판이 걸려있고,
신라시대 정강왕 1년(887년) 최치원이 30세의 나이로 "태산군수"로
부임해서, 이곳에서 풍월을 읊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창건연대는 불확실하며,현재의 건물은 1716년 현감 "유근"이 중건했다고한다.
정자아래의 돌기둥들에서 역사의 흐름도 가늠해 보고
그 옜날 앞뒤의 "연지"에 연꽃이 활짝피었을때
그 연꽃향기에 취하여 풍월을 읊었을 선비들을 회상해보며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돌렸다.
* 태인양조장 ; 정읍시 태인면 태흥리 063- 534- 4018
* 피향정 ; 정읍시 태인면 태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