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하롱베이)
2010.12.03
아침에 일어나니 희뿌연 안개로 일출은 고사하고
바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아서 실망이 크다.
그러나 식당에는 타국과 달리 먹을만 한것들이 많다.
쌀국수,쌀죽,돼지고기,베이컨,콩,채소등 푸짐하게 차려먹고
후식으로 과일과 빵까지 챙겨먹는데 특히 진한 베트남커피의 맛이 좋다.
저급커피만 생산되는줄 알았는데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본격적인 관광에 나서기전에 시장에서 쇼핑을 했다.
이것 저것 구경하며 흥정을 하는데 가격이 들쑥날쑥하여 햇갈린다.
먹음직스런 열대과일을 구입한 뒤에 차에 올랐다.
유람선 선착장에서 승선표를 구입하고 예약된 배에 올랐다.
과일을 내오는데 바나나의 모양이 특이하나 맛이 별로고
망고도 두리안도 열대과일의 푸짐한 과즙과 맛이 없어 입맛만 버렸다.
바다는 너무도 잔잔하고 바람도 없다.
깊이는 5 - 10m 정도고 바닥은 뻘층이라는데 갈매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비릿한 바다내음도 없는 지루한 바다를 40분정도 지나자
눈앞에 사진으로만 보던 신기한 섬들이 펼쳐진다.
먼저 "티엔쿵(천궁)1 동굴"로 들어섰다.
우리의 동굴과 달리 규모가 크지만 무척 안쪽 공기가 건조하고 탁하다.
동굴은 이미 생성을 멈춘듯한데 종유석등의 상태가 깨끗하다.
한켠에는 외부와 통하는 굴이 있어서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건조한 공기를
희석 시켜주어 다행이다.
조명을 받아서 음영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대다수의 종유석에 색색깔의 조명을 비추어서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는데,
화려한 조명앞에 위치한 이 종유석만이 물방울 소리를 내어주어
동굴의 분위기를 그나마 느끼게 해준다.
현란한 종유석의 모습을 감상해 나가는데
가이드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곳에도 "남근석"이 보이고
선녀가 목욕했다는 "선녀탕"도 있는데
더욱 재미있는것은 선녀가 옷을 입지 못하고 황급히 몸을 감추느라
엉덩이만 보인다는 "선녀바위"가 흥미롭다.
동굴을 나가는 마지막 관문에는 풍요로운 여성의 가슴이 있고
그 옆에 조그만 통로가 있는데,이곳을 지나면 몸과 마음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니
믿든지 말든지는 각자가 선택할 문제인듯하다.
곧이어 2번째 동굴로 갔다.
입구가 넓고 바위의 색감이 거무튀튀하여 신비감이 덜한데
걸어들어가면서 바위에 뚤린 구멍을 통하여 바라보니 용이 머리를 내밀고
하늘로 오를것 같은 모습이 색다른 기대감을 갖게한다.
이곳은 종유석의 모양이나 색감이 전혀 다르다.
물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시에 마그마가 굳어서 생긴듯 거칠다.
천정에 맞닿은 기둥들도 험상궂고 거친모습인데
기둥 중간부분에 독수리가 날개를 펴는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포영화에 나올듯한 기괴스런 모습이 동굴전체의 분위기를 압도지만
그래도 종유석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도 있어 위안이 된다.
이곳 천정 부근에는 남근석이라고 하기에는 날카로운 바위가 있는데
가이드는 "스커드 미사일바위"를 숨겨 놓았다고 한다.
입구부분으로 나오자 제법 커다란 공간이 있는데 위쪽에서 보기와 달리
웅장한 광경이 펼쳐지고, 커다란 기둥을 보면서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이 압권이다.
밖으로 나오자 처음 보았던 "산"자 모양의 섬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하롱베이에서 묏 산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는지 궁금하다.
가게 한쪽에서 사탕수수대를 다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유람선에 오르려는데 이번에는 영어의 "U"자가 보인다.
이곳에는 많은 글자들이 숨어있어 재미있는 놀이도 가능할듯하다.
배는 본격적인 관광을 위해서 미끄러저간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3,000여개의 그림같은 섬들이 보여주는
장관은 "스펙터클" 그 자체로,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니 기대가 된다.
섬사이의 오목한 부분에도 스커드미사일이 있는가 보다.
동굴이 있는 섬을 돌아나가자 그야말로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Ha Ldng Bay"는 베트남 북부 꽝린성 "통킹만" 북서부에 위치하며
넓이가 1,500km'에 이르는데,
석회암의 구릉지대가 바닷물과 비바람에 의해 침식되어 이루어 졌단다.
협곡같은 섬사이를 지나자 또다시 나타나는 무수한 섬들의 모습은
그 숫자를 헤아리는것을 포기하게 만들려는듯 포게지고 겹쳐서 나타난다.
섬가에는 수상가옥도 있고 관광선들도 접안하는등 번잡하기 까지 한데
서서히 드러나는 섬들의 모습을 갑판에서 바라보는 기분은
마치 양파껍질을 까고 또 까는 심정처럼,섬속에 또 섬이 있고 또 섬이 나타난다.
"Ha"는 "내려온다" "Long"은 "용"이라는 뜻으로
"Ha Long"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다.
바다건너 쳐들어오는 침략자를 막기위해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 뿜자,그 보석과 구슬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갖가지
기암으로 변하여 침략자를 물리쳤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란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섬사이로 계속하여 관광선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점심 횟감을 구입하러 수상마을의 "가두리"에 도착했다.
흥정끝에 "다금바리" 2마리를 건져냈는데
사실 실물을 본적이 없기때문에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믿기로 하자.
배는 다시 서서히 미끄러지는데 앞쪽에 낯익은 바위가 나온다.
베트남 화폐에 나오는 바위로 화폐도안 그대로의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쁘지만
왜? 이바위가 화폐에 나오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선명해지는 섬을 구경하느라 모두들 넋을 잃고
마치 수묵화의 대가가 그려놓은 끝없는 그림터널을 지나는 느낌에
모두들 말문이 막혀서 눈동자 굴리는 소리만이 들릴 지경이다.
앞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뒤돌아서 보는모습은 선명하기는 하지만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2% 부족한듯,
역시 살며시 가려지는 듯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인듯하다.
그윽한 눈으로 수묵화를 감상하며 나아가는데
햇살의 방향이 바끤듯 섬들의 모습이 선명해 지고
오묘하고도 다양한 모습들이 눈을 현란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니,
대부분의 섬들은 척박한 환경때문에 무인도지만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한단다.
드디어 "Kiss 바위"앞에 도달했다.
인기지역이라서 앞선 유람선들이 자리를 비켜줄 때까지 기다리다가
보게되어 그런지 더 더욱 신비로운 모습이다.
왼쪽이 남자,오른쪽이 여자바위라는데
배가 진행함에 따라 바위가 입술을 포개는듯한 형상으로 바뀌는게 관람 포인트다.
뒤로 돌아서 보니 왼쪽바위는 3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고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말이 있듯 "다금바리 회"가 나오자
언제 절경을 보며 감탄했냐는듯 모두가 식탁에 앉아 먹는데에 집중하고 만다.
근육질 살결을 가진 횟감은 쫄깃한 맛을 선사하고
상추도 국내산과 같은 맛을 보여주니,밖의 절경이고 뭐고 먹느라 모두들 바쁘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튀김접시에 당혹 스럽다.
거친 가시가 송글송글하여 보기에도 징그러워서 머뭇 거리는데
껍질튀김이니 맛을 보란다.
눈을 질끈감고 먹어보니 예상외로 고소한맛이 색다른 미감을 선사한다.
점심을 먹고나니 햇살이 제법 강해져서 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섬들이 조금 더 촘촘해지는 구역을 지나면 보트를 타고
007영화에 나오는 동굴구경을 하는데 옵션이란다.
잠깐 지나가는 식의 보트유람이기도 하고 "하롱베이"의 섬들을
조금더 앵글에 담으려고 과감하게 옵션을 포기했다.
일행을 태운 옵션보트는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사라지고
우리는 "Ti-Top섬"으로 향했다.
선착장 앞쪽 해변에서는 배구경기가 한참인데,휴게소 한곳을 제외하면
오갈곳도 없는 비좁은 섬이라 표를 구입하여 전망대에 올랐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숨어있던 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선착장 앞에는 "도담삼봉"같은 뾰족한 섬 3개가 운치를 돋운다.
계단을 오를수록 숨어있던 섬들이 겹겹히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에
모두들 잠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지른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은 다시금 카메라 앵글을 맞추게 하고
반대편의 그윽한 정경은 숨소리마져 멎게 만든다.
모터보트의 하얀 궤적만이 잔잔한 바다위에 흔적을 남기고
007동굴을 관람하고 오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듯하다.
아무리 뛰어난 화가도 화폭에 담지 못할 절경을 보느라
시린눈을 부여잡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 오면서도 풍광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또 다시 보고싶은 아쉬움에
자꾸 걸음이 멈춰지는건 모두가 같은지 간간히 정체가 일어난다.
3부능선쯤에 위치한 공터에서 바라다 보이는 3개의 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사진에 담아보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백사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사람들은 사라지고 백사장 가장자리를 걷는 연인과
유람선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이제 모든 유람을 마치고 떠나야 할 시간 -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돛을 단 유람선은 나를 위해 오는듯 하다.
"하롱베이" 사진의 백미를 장식해주는 멋진 모습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떠남을 아쉬어 하는지 하늘에서 큰 날개를 펴고 맴도는 수리도 작별인사를 보낸다.
1시간 30분정도의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서
"편백나무"판매장을 들린다음 "닭 볶음탕"을 먹으러 갔다.
"느티나무 집"이란 상호에 걸 맞게 건물을 나무사이에 배치한것이 인상적이다.
반찬을 바구니로 덮어놓은 모습이 좋았는데
여기서도 소주 1병에 7달라이며 반입하면 3달라 벌금이라는 경고문이 있다.
잡화를 파는 야시장을 어슬렁 거리는데
해산물점 앞에 야자잎 같은것으로 꽁꽁 묶인 "게"의 모습이 흥미롭다.
어두운 방조제를 걸어나가서 야경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 귀국해서 검색해보니 "편백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서식한다.
베트남이나 대만,중국의 편백나무는 비슷한 "측백나무"나 "화백나무"이니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