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여행 2(갈은구곡,옥녀봉)
2014.09.16
아침은 올갱이국으로 든든하게 먹고
"葛隱九谷"의 9景 탐방에 나섰다.
그런데 어제 "등잔봉"을 오르면서도 보았던, 줄기에 하얀 페인트를 발라 놓은듯한
가시가 많은 식물의 이름이 무었인지 궁금하다.
잠시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 가니 오른편으로 심상치 않은 바위가 나타나더니
탁 트인 공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고 오른편의 석벽은 깍아 놓은듯 거친 모습이다.
왼쪽 맨위 네모진 바위에 "葛隱洞門"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계곡을 조금 올라 가자 왼편에 "다이아몬드(?)바위"가 보이고
제 2景인 "葛天亭"이 나온다.
"葛天氏의 백성이 노니는 정자"라는 뜻인데,
커다란 암반 아래 사람들이 둘러 앉을 만한 공간이 있어 정자란 이름이 붙었다.
葛天氏는 중국 상고시대 왕이며
갈천씨의 백성이란 욕심없고 순박한 사람이란 뜻이다.
九谷詩는 암반 정면 위쪽에 새겨져 있다.
다시 포장된 길로 나와서 걸어 가니 안내표지가 있는데
직진하면 "탐방로 없음",오른편으로는 "옥녀봉"이라 표시 되어 있다.
우리는 九谷이 계속하여 이어져 있을것 이라는 판단하에 직진하니
겹겹이 쌓인 바위가 보이고
얕은 개울을 건너니 오른편 바위 아래에 "降僊臺(3景)"라는 글씨가 보인다.
신선이 내려온 바위를 뜻하는데, 바위 암벽이 층층이 쌓인 중간에
처마 처럼 돌출된 곳을 "강선대"라 이름하고 아래에 九谷詩를 새겼다.
계곡이 이어지는듯 하여 길을 따라 걸어 갔으나 계곡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안내지도를 유심히 살피니,이 길은 "남군자산"쪽인듯 하여 되돌아 나왔다.
되돌아 온 우리는 오른편 "옥녀봉"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계곡이 보이지 않아 의심 스러웠으나 잠시 걸어 들어 가니 개울이 나오고
개울 옆 좁은 길을 따라가니 작은 암벽이 보이기 시작 한다.
내려가서 살펴보니 "玉溜壁(4景)"이라 새겨져 있는데
구슬 같은 물방울이 맺히는 절벽이라니, 낭만적이다.
매끈한 암벽이 종횡으로 절리를 만든 아래로 맑은 계곡물이 흘러
암벽에 영롱한 물방울을 만들어 놓는곳이다.
마치 네모 반듯한 돌을 켜켜이 쌓아 놓은듯한 모습이 특이 하나
九谷詩가 새겨진 곳을 찾지 못했다.
잠시 아기자기한 계곡을 천천히 둘러 보고 나서
걸어 올라 가니 갑자기 길은 계곡을 만나서 끊어 지는데
기둥처럼 수직으로 서있는 암벽의 모습이 독특하다.
계곡을 건너 가니 오른편에 두꺼비같은 바위가 있고
마치 일부러 만들어 놓은 계단같은 계곡으로 길은 이어진다.
왼편은 계단같이 길게 뻗은 바위가 오른편은 칼로 자른듯한 암벽이 있다.
바위를 살피며 걸어가자 오른편 암벽에 "古松流水齊(7景)"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반대편에도 글씨가 있고 이름들이 새겨져 있으며
九谷詩에는 칠학동천,선국암과 연계하여 신선처럼 살고 싶어 했던 관념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집"이라는 글에 어울리는 집이 있었을
집터도 보이고, 그 앞 바위 위에는 조리장소 인듯한 네모난 홈도 파여 있다.
그 옆의 글씨가 새겨진 바위도 보면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위쪽을 보니 일곱 마리의 학이 노닐었다는 "七鶴洞天(8景)"이 보인다.
九谷詩에는 신선이 사는 세계에 사는 鶴이 떠나간 아쉬움과
신선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고요한 밤 밝은 달빛아래 학의 소리가 들리는듯한 아련한 그리움이 나타나 있다.
맨 위에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仙局巖(9景)"도 있다.
평평하고 커다란 바위는 몇 사람이 앉아있을 공간이 충분 한듯 한데
바둑판과 바둑돌을 놓는 구멍도 있고
바위옆에 새겨진 九谷詩에는 한판의 바둑을 미쳐 끝내지 못하고 일어서는 아쉬움과
흑백돌이 어우러진 바둑판을 꽃에 비유하는 감상이 잘 드러나 있다.
9景中 1,5,6景을 찾지 못했지만 일단 민생고를 해결한 우리는
"옥녀봉"에 올라 갔다가 내려 오는길에 나머지 절경을 찾기로 했다.
"옥녀봉" 가는 길은 시작부터 쉽지가 않다.
그러나 시원한 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길은 상쾌하고
멋진 바위도 나타나 주니 심심치가 않다.
쓰러진 나무가 많은 조금은 지루한 길을 걸어 가니
드디어 능선이 나오고 오른편 300m 에 "玉女峰"이란 안내표지가 있다.
깔딱고개란 항상 있는것 인지 가파른 산길은 이어지고
나무에 기대어 잠시 쉬며 힘을 충전하고 또 길을 오르니
아담한 공간이 나오는데, 정상(599m)이다.
표지석이 없다면 정상인지도 모를 좁은 공간에서 인증샷을 하고
"아가봉"쪽으로 가려는 마음도 들었으나, 나머지 절경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다시 계곡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니 햇살이 부드러워져서 "고송유수제"의 모습을 다시 담아 보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구암"을 찾는데
앵글을 조절해가니 이것이 "龜巖"같기도 하고,
조금 내려 오니 통통한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 바위에 "龜巖(6景)"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거북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며 신령한 영물로 신성시 되었는데
九谷詩에는 거북에 대한 이러한 관념이 잘 나타나 있다.
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 가니 기둥처럼 서 있는 바위 옆으로
또 다른 수직 암벽이 있어 살펴 보니 "錦屛(5경)"이란 글씨가 보인다.
"비단병풍 같이 아름다운곳"이란 뜻으로
九谷詩에 봄철 꽃이 만발할 때와
녹음이 우거진 여름날 금병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 되어 있다.
"강선대" 삼거리를 지나서 계곡이 동쪽과 남쪽으로 나뉘는 입구에 있는
마당바위 옆, 커다란 바위에 글씨가 새겨져 있다.
"場巖石室(1景)"이라는 글씨를 확인하고
바위에 가까이 올라 갔으나 石室같은 공간은 보이지 않고
"갈은동문" 방향으로 "ㄱ"자로 반반하게 파인 암벽에
悠悠自適한 이곳의 삶을 칭송하는 九谷詩가 있다.
암벽 아래가 바위집 같다고 하여 "집바위"라고도 부른다.
진한 들깨향 만큼이나 그윽한 싯귀들을 감상하고 九谷을 내려온 우리는
어제 저녁 남겨둔 닭백숙으로 몸보신을 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