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4
드디어 정상이 아련하게나마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앞서 가던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바위들 구경하는 사이에 가버렸나 보다.
거친 돌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조그만 봉우리를 넘자 운무가 갑자기 몰려와서 또다시 시야를 가렸으나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도 시원하다.
땀을 식히고 가는데 왼편으로는 능선과 구름이 이루는 절경이고
오른편은 운무가 밀어닥쳐서 어둡고 컴컴하며 괴기스럽다.
드디어 "통천문"이 나타난다.
이제 하늘로 올라가는 관문에 도달한 것이다.
문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온통 운무에 가려 희미한데,
금방이라도 동자를 대동한 신선이 나타나서 미소를 지을듯하다.
갈수록 운무가 짙어지는데 드디어 작은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만 넘으면 정상인가 본데 체력이 바닥 났는지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운무에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고사목이 으스스한 분위기마져
들게 하는데 갑자기 기온도 떨어져서 서늘한 느낌이 든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부여잡고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도
또다시 뿌연 운무뒤로 고갯길만이 보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수는 없다는 생각에 운무를 헤치며 나아갔는데
매정한 정상은 또다시 봉우리 저편에 어렴풋이 나타난다.
정말로 다리를 머리에 이고가는 심정으로 스핑크스같은 바위앞을 지나서야
야속한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정상의 기쁨도 나누고 점심도 먹으면서
무리를 지어있는데, 운무는 정상의 모습을 감추려고 심술을 부린다.
인증샷을 찍고서 우리도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백무동에서 5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이다.
약간 추위를 느끼자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는데 운무는 점점 짙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져간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피로때문에 천천히 내려가는데
친구는 어디로 갔는지보이지 않는다.
빨리 내려오라는 친구의 문자를 받고 다급하게 서둘렀지만
정상에서 출발한지 40분쯤 지나서야 "장터목"에 다다르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곳(1653m)에 위치한 "하늘 위의 시장"으로
삼국시대 부터 장이 서던 터로 전해 지는데
지리산 북쪽에 자리한 함양군 마천 사람들은 곶감,삼베,종이등 농산물을
남쪽인 산청군 사천 사람들은 소금과 수산물을 가져와서 물물 교환 했다 한다.
"세석평전" 넘어가는 길은 점점 운무속으로 사라지고
아무래도 그쪽길은 무리라는 생각에 바로 "백무동"으로 향했다.
이미 체력이 바닥나버린 나는 터덜 터덜 3시간에 걸쳐서 내려왔다.
* 백무동-하동바위-참샘-샛길-제석봉-천왕봉-
제석봉-장터목-참샘-하동바위-백무동
* 백무동-장터목;5.8Km 3시간
장터목-천왕봉;1.7Km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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