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6
자그만 바위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에 팥 인절미를 먹으며 바라보니
나뭇잎은 단풍이 들었고 배추는 결구를 위해 동여진 모습이,
가을이 깊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계곡옆의 나무들에서도 가을의 향취가 짙게 베어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들이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는 듯도 하고
산기슭에는 머리를 무스로 세우고 코가 뾰족한 얼굴을 한 바위도 숨어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가을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가보지 않은 계곡위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좁아지면서 휘어지는 계곡의 다음 모습을 잠시 상상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조금전 아줌마들의 점심장소로 쓰여서 담지 못했던 너른 암반도 사진에 담고,
커다란 암반의 깊게 패인 홈을 따라 흐르던 맑은 물이 만들어낸,
반원형의 작은 옹달샘에 번지는 물결도 음미해 본다.
뿌리인지 줄기인지 모를정도로 우람한 나무뿌리를 지나서 계곡을 내려가니
왼편으로 떡갈나무 잎들이 가는 가을을 아쉬어 하는듯 바람에 흩날리고
"三角山 玄通寺"가 나타난다.
절 앞은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거대한 암반이 자리하여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한쪽 옆으로는 맑은 물까지 흐르니 수려한 경치의 요소는 갖춘셈이다.
그러나 "백사실 생태경관 보전지역"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준비되어 있었으니,
"붉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붉은빛을 자랑하는 단풍나무다.
홀로 빛을 발하는 단풍의 등장으로 올 가을 단풍구경은 성공적인듯 하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에서도 이토록 온통 새빨간 단풍을 본적이 없으니
오늘은 정말로 운수대통한 날이다.
"현통사"앞의 암반은 계속해서 산 아래로 이어지고
그 규모가 대단하나 아쉽게도 주택들로 점령당하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주변의 집 몇채를 헐어내고
이 위대한 자연경관을 되살려 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을 내려오니 "홍제천"이 나온다.
"세검정 초등학교"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로"를 거쳐서 집에 갔는데,
반대방향 즉, "1020번"버스를 타고 "세검정 초등학교"에 내려서
"백사실계곡"을 구경하고 "길모퉁이 카페"에서 커피한잔을 한다음
"자하손만두"에서 점심을 먹고,건너편 "윤동주시비"와 "현진건집터"
그리고 "환기미술관"까지 구경하는 코스를 추천해 본다.
* 백사실 생태경관 보전지역; 종로구 부암동 산 2-1
면적(132,578 제곱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