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3
설날에 서울 구경에 나섰다.
조계사에 들렀더니 신문에서 본대로 정치인은 출입을 금한다는
프랑카드가 아직도 걸려 있으나,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염원을 담은 촛불들은 타오르고,
그윽한 향내가 경내를 진동하는 등 - 평온한 분위기다.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광화문 광장"으로
얼마전에 보수를 마친 "이순신 장군"동상이 늠름하게 서있고
"세종대왕"의 인자한 모습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포근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내친김에 걸어 내려오니 "덕수궁"에 도달한다.
설날이라 무료로 개방한다니 관람료는 굳었으나
수문장 교대식도 휴일에는 안한다니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시청앞 광장에는 스케이트 타는 인파로 북적이는데
외국인 가족의 일상적인 한가로움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중화문"이 나온다.
날렵한 처마가 하늘로 날아 오를듯한데
문을 들어서니 정전인 "중화전"이 자리한다.
천장에 용 문양이 있고 기단부 답도에도 용문양이 있으며
창호를 황색으로 칠하여 대한제국의 위상이 깃들도록 정성을 다한 건물이다.
대한제국 근대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지은 "석조전"은 보수중이고
"석조전 서관"에서는 피카소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물개가 물을 뿜는 모습을 볼수 없어서 아쉽다.
덕수궁내의 유일한 중층 전각인 "석어당"은 왕이 평소에 업무를 보던 곳이고
오른편의 "즉조당"은 선조가 임시로 거처했을 때부터 사용된
덕수궁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이다.
"석어당"을 가까이에서 보니 마루에는 문을 달아서 보온성을 높혔고
뒤쪽 마루에도 문을 달아서 보관 공간을 확보 한것이 특이하다.
"즉조당"과 "준명당"은 지붕을 얹은 마루로 연결되었는데
그 아래에 아궁이를 놓은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정관헌"이란 "조용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이라는 뜻인데
"고종황제"가 외국 외교관들과 연회를 열고 커피를 마셨던 장소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생각에 잠겼을
고종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하는곳이다.
고종의 편전이자 침전으로 사용되었던 "함녕전"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른편으로 걸어가니 아늑한 연못이 나타난다.
보통은 사각형 연못 가운데에 원형의 섬이 있는것이 조선시대의 전통 연못인데
연못의 모양도 약간 부정형이고 중앙의 섬도 타원형이라서 헷갈리지만
마치 깊은 숲속에서 신선이 사는 연못을 발견한듯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