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1
계단에 서서 좌측을 보니 "국사전"에서 "행해당"과 "대웅보전"에
이르는 처마의 선과 조계산 산자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오른편으로는 담쟁이 옷을 입은 돌담과 "응진당"의 처마가 살짝
보이는데 이곳 역시 산의 형세와 어울리는 지붕선을 보여준다.
산이 연꽃처럼 둘러싸고있는 형상 이라서 그런지 포근하다.
"대웅보전"오른편 뒤에서 바라보는 정경도 주위 경관을 거스르지 않고
하늘까지 품어안은 공간구성의 백미를 보여준다.
"관음전"은 본래 "성수전"이라하여 고종황제의 성수망육(51세)을 맞아
사액된 왕실기도처로 1903년 건립되었다.
1957년 옛 "관음전"을 해체하면서 관세음보살님을 옮겨 모시고
"관음전"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3단의 축대위에 세워진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팔작건물로
막돌초석위에 배흘림기둥을 세우고 다포양식의 공포를 얹은
화려한 모습이다.
"관세음보살" 좌우에 그려진 태양과 달이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상징하며 내부 벽화에 문신들이 허리를 굽히고 불단을 향해 서있다.
건물 내외벽에는 고종황제의 축수를 기원하듯 "십장생도"와 "화조도"
"산수화"등이 그려져서 일반 사찰의 벽화와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관음전"뒤뜰 언덕에는 보조국사를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있다.
"불일 보조국사 감로탑"이라는 비석이 있다.
탑의 외형은 신라시대의 정형화된 "팔각원당"의 변형이며
기단부 하단의 일부 지대석을 제외하고
모두 원형을 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옥개석의 급격한 전각과 처마의 귀솟음,원구형을 이루고 있는 탑신의
모습이 고려 말의 양식적 특성을 보여준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 256호로 지정되어 있다.
뒷담의 담쟁이가 가을이 깊었음을 알리듯이 붉게 변해간다.
감로탑 계단에서 내려다 보니 "관음전"왼쪽옆으로 "하사당"이 보인다.
조선 세조7년(1461)에 창건된 승방으로 정면 3칸의 "주심포 맞배집"
이다. 독특한 환기공이 눈길을 끄는데 단아한 외형과 화려했던 단청의
흔적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요사채이며,
보물 제 263호로 지정되어있다.
"관음전"오른편쪽으로 전각들의 지붕선을 지나니
멀리 연꽃처럼 겹겹히 쌓인 산자락이 보인다.
커다란 "석조"에서 마른 목을 축이고 나서
"승보전"을 보니 "심우도 "아래에 거대한 나무가 놓여있다.
송광사 3대명물(능견난사.쌍향수)중 하나인 "비사리 구시"다.
절에서 국제를 모실때 사찰로 모여든 대중들을 위해 밥을 저장했던
목조용기라니 그 규모를 짐작해 볼만하다.
남원 송동면 세전리에 800여년된 싸리나무가 조선 경종4년(1724)
큰 태풍에 쓰러지자, 세토막으로 나누어 전국 명찰에 보내기로 하였다.
제일 큰 아래토막을 "곡성 도림사"로 보내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고
"구례 화엄사"로 보내려 해도 역시 움직이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송광사"에 보내기로 하자
그제서야 움직여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쌀 7가마니(약 4,000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으며, 조선 영조이후
나라의 큰 제를 지낼때마다 밥을 담는 밥통으로 사용되었다.
"해우소"앞쪽에는 "연"과 "부래옥"이 자라고 있어 특이하다.
작은 전각같은 건물에 "무무문"이란 현판이 달려있다.
문이라기 보다는 전각같은데 사방이 뚫려있어 특이하다.
"없는것이 없는 문"인지 "문이 없다"라는 뜻인지 몰라도
모든것을 다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뒤편으로 "효봉 대종사 사리탑"과 "효봉영각"이 있다.
통합 조계종의 초대 종정인 "효봉대사"를 기리는 곳인데
사리탑이 매우 높고 위쪽에 사자(?)가 있으며
양옆으로 향나무 한쌍이 배치되어 조금 위압감이 든다.
산에 오르는 길옆에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는 가을을 재촉하고
하늘을 비추이는 냇가의 나무도 어느덧 붉은옷을 입었다.
흐르는 맑은 물에 마음을 씻고서 "송광사"를 떠났다.
* 송광사; 전남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