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1
70년대식 설비를 간직한 송광사 지구내의 여관에서 밤을 보낸뒤에
8시 조금 못되어 "송광사"에 갔다.
예상과 다르게 입장료를 받는데 - 동절기 07시부터,
하절기는 06시부터 받는다니, 조금 야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늘씬한 소나무숲을 지나고
아침햇살의 안마를 받고있는 편백나무숲을 걸어가니
길 저편으로 아스라히 밝은 공간이 보인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며 파란하늘이 보이고, 뒤로는 조계산자락이
모습을 드러내며 아침해는 나뭇가지 사이에 살포시 걸려있다.
고요한 못에는 가을을 머금은 하늘과 나무들이 자리하고
아침햇살이 거목들의 등허리를 간지르는 정경 너머로 건물이 보인다.
오른편에는 비석들이 도열해있고
느티나무옆에 자그마한 일주문이 보인다.
보통 일주문이 사찰의 입구에 멀리 서있는 것과 달리
다른건물 가까이에 있으며 절의 규모에비해 너무도 소박하다.
전면 1칸의 다포계 맞배지붕으로 된 조선후기 건물로
"조계문"이라고도 불린다.
아담한 돌담 벽체 사이에 자리하며 여러층의 다포가 화려하다.
기둥은 "민흘림기둥"이며 원 기둥 양옆에 팔각의 보조기둥이 서있다.
신라말에 처음 만들어진뒤 순조 2년(1802) 4차중창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편액이 파란바탕에 금색으로 씌여있는데
중국 황실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며 "영산전""약사전"도 동일하다.
편액을 가로로 달지않고 창방과 평방의 중앙에 쓴 점도 특이하다.
"임경당"의 날렵한 누각과 "우화각""삼청교"가 만들어내는 정경은
언제봐도 아름다워서 발길을 붙잡는다.
"삼청교"는 일명 "능허교"라고도 하는데 19개의 네모난 돌로 무지개를
만들고,무지개모양의 중심에는 여의주를 물고있는 용머리가 있다.
이어지는 "천왕문"은 공사중이라서 조형성이 뛰어나서 보물 제1467호와
1468호로 지정된 "소조사천왕상"과 "복장유물"을 볼수없다.
1609년에 건립된 조선후기의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계 맞배지붕"으로 되어있다.
"종고루"는 천왕문을 지나 송광사 경내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맞배지붕 누각이다.
원래 "해탈문"이 있던 자리에 1961년 중건하였다.
1층의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대웅보전"이 나온다.
그런데 "대웅보전" 앞 뜰에는 탑이 없다.
송광사는 풍수지리적으로 사방이 모두 산으로(연꽃모양) 둘러쌓인
지형인데, 절 중앙에 탑을 세우면 가라앉는 모양새가 되기때문에
탑을 세우지 않았다 한다.
감싸인 형상의 지리적 영향으로 공부하기 좋은곳이고
그래서 수많은 고승이 배출되었단다.
"국사전"을 보려 했으나 "불일문"이 굳게 닫혀있고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어서 아쉽다.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장면을 그린
"영산대회탱"과 부처님의 일대기를 표현한 "팔상도"를 모신
보물 제 303호인 "영산전"의 화려한 주포양식을 구경했다.
일명 "팔상전"이라고도 하는데 "약사전"과 같이 조선후기의 양식이며
전면 3칸이나 그 길이가 21척에 불과하다.
그러나 처마밑의 공포가 3출목으로 과중하여
건물의 외관을 장중하게 꾸미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장전"뒤로 돌아가니 "국사전"의 지붕이 보인다.
송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국보 제 5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각으로는 다소 특이한 정면 4칸의 "주심포 맞배집"이다.
고려 공민왕 18년(1369) 창건되었으며 송광사 16국사진영
(보물 제1043호)를 모시고있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비교적 긴 방형평면으로 된 통칸구조인데
맞배지붕의 양측에 풍판을 달았고,
정면은 겹 처마이나 후면은 홑 처마이다.
전체적으로 단아하고 조촐한 건물이나 기둥의 높이와
처마의 깊이가 비슷할 정도로 처마는 길고 기둥은 낮아서
상대적으로 건물이 낮아 보인다.
담벼락화단에 붉은빛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어 풍요롭고도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지장전"귀퉁이에서 바라보는 "대웅보전"앞마당은
간결하면서도 엄숙하고 하늘까지 어우르는 포근한 공간으로
나의 마음을 한없이 평온하게 해준다.
"대웅보전"뒤로 돌아가니 계단식정원 뒤로 "설법전"이 보인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진여문"은 굳게 닫혀있고
이곳도 역시 출입을 금하는 팻말이 붙어있다.
문의 기둥을 자연스런 나무형태로 세웠고
"문설주"의 둥그스레한 선의 흐름이 일품이며
문 손잡이는 거북(자라)모양을 하고있는것이 특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