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6
모래사장 바로 옆으로 범상치 않은 모습의 바위들이 줄 지어 있고
백사장 앞의 바다에는 무인도 삼형제가 정겹게 마주하고 서있다.
고운모래를 간지럽히며 세력을 넓혀가는 물결을 따라 가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뾰족한 모서리와 숭숭 뚫린 구멍의 모습이 특이하고
위쪽에는 날카로운 갑옷을 걸친 병사마냥 우뚝서서 바라보는 모습이 재미있다.
앞쪽의 바위를 올라가자 뜻밖에도 바위 사이에 조그만 공간이 있어
나만의 비밀공간에 들어선듯한 아늑함이 느껴지고
바로 왼쪽으로도 바위사이에 통로가 연결되니
마치 해적이 보물을 숨겨놓은 장소를 찾은듯한 흥분에 얼굴이 상기된다.
비밀통로를 나오니 둥근형태의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해변으로 통하는 쪽으로 바위들이 담벼락같이 둘러져있어
비밀공간을 더욱 더 흥미롭게 해준다.
넓은 백사장의 고운모래가 바람에 날려서 언덕을 이루고
쌓이고 쌓인 모래가 높은 언덕을 넘어가니 "사구"가 이루어 진듯하다.
모래사장에서도 자라는 풀들이 바람이 실어오는 모래를 차곡차곡 간직해서
건강한 "사구"를 이루었는데, 왼편 아래에 나무를 심은탓에
"사구"의 형성이 정체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곳도 예외없이 해양쓰레기가 널려있어 안타깝다.
"돈목"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흑염소형제"들이 가볍게 목례하며
"메 헤-- 행 -"하고 정겹게 인사말을 건넨다. 정겨운 녀석들이다.
"사구"쪽에서 바라보니 백사장에는 조금씩 물이 차 오르고 있다.
백사장을 다 건너서 아쉬움에 뒤 돌아보니 "성촌해수욕장"에서 보던
비루한 모습과 달리 곱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좁고 담쟁이가 듬성듬성한 돌담길과 텃밭이 정겨운 마을길을 따라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주인이 오늘 잡아 온 진짜 자연산 "민어"와 "우럭"과 "도미"를
텃밭에서 방금 가져온 상추에 초장과 된장을 얹어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2010.10.24
아침에 낚시를 하고 오후에 배를 타려고 했으나 준비가 안된탓에
오전 7시배를 타고 "우이도리 2구" 선착장을 떠났다.
수묵담채화 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 봉우리들을 뒤로하고
배는 안개를 헤치며 묵묵히 바다로 나아간다.
분명 같은 풍경인데도 안개의 밀도에따른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보여주는
아침바다를 지나는 동안
세상의 모든 티끌을 떨쳐버리고 고요한 상념에 잠겨본다.
*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리(돈목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