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30
억새들의 향연에 귀를 기울이며 걷다보니
돌로 네모나게 쌓아올린 구조물 위에 사람들이 서있고
"천관산"이라는 표지석에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최고봉인 "연대봉(723m)"에 도착한 것이다.
옜이름은 "옥정봉"인데 고려 의종왕(1,160년)부터 봉화대로 사용되어서
이후부터 "봉수봉"또는 "연대봉"이라 불렸단다.
동쪽은 고흥 "팔영산" 남쪽으로는 완도의 "신지도""고금도""약산도"가 보인다.
맑은 날에는 남서쪽 중천에 한라산도 보인다 한다.
그런데 "구룡봉"이 바위로만 이루어진것에 비해
"연대봉"은 흙으로 이루어져서 묘한 대비를 이룬다.
등산로는 내리막길로 접어 드는데 억새는 사라지고 또다시 바위들이 나타난다.
처음 보이는 바위는 여러개의 바위를 겹쳐놓은 형상인데 "옜날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같다."고하여 "관모암"이라고 불린단다.
이곳 저곳을 살피며 내려가는데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더니 등산로를 막아선다.
떡을 켜켜이 쌓은듯한 정원의 수석같은 모습인데 이런곳에 바위가 있다는것이
밑겨지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다.
"정원석"이라는데 이것은 "염라대왕을 따라가던 시종이 속세를 못잊어서
뒤를 돌아보다가 굳어버린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는 정말로 바위들이 많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하여 쌓아 올린듯한 모습이 경이롭기 까지한다.
드디어 "양근암"에 도달했다.
높이 15척 정도의 깎아 세운듯한 - 남성의 심볼을 닮은 커다란 바위가
오른쪽 건너편에 여성을 상징하는 "금수굴"과 서로 마주 보고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눈을 들어 비탈면을 바라보는데 다정한 모습의 바위들이 인사를 건네더니
길옆 평평한 바위위에는 신선들이 읽다가 두고간듯 바위책 3권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책바위"도 있다.
바위마다 구경하며 가느라 시간을 지체했는지 일행들의 그림자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칠수 없듯이 자꾸 걸음이 멈춰진다.
이 바위는 누군가가 네모난 돌들을 정교하게 쌓아 올렸는데
등산객들도 동참하고 싶은지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 작은돌을 사이에 얹었다.
만들다가 그만둔 미륵불의 형상도 있는데
이곳의 돌들은 하나같이 각각의 돌들을 정교하게 쌓아올려
조각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공통점이 있는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고래가 물위로 고개를 내미는 듯한 형상도 있고
바다를 바라보다가 굳어버린 여인의 모습을 한 "망부석" 바위도 있어서
그 다양성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다.
그래도 "천관산"바위의 정통은 네모난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인듯 한데,
그런 바위위에 슬며시 올라 앉아있는 이것은 뭐란 말인가!
"송장바위"라고 불리지만,
거북의 머리를 한 도마뱀이 먹이를 노리고 있는듯한 흥미로운 모습이다.
내려오는 내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바위들이 마지막 선물을 준다.
거대한 바위옆의 경사진 길을 내려오다가 별로 특이한 점이 없어 지나치려는데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침식으로 형성된 듯한 "홍예문(?)"이 보인다.
"문바위"라는데 "천관산" 제2경으로 손 꼽을만 하다.
"장안사"쪽으로 산을 내려와서 "효자송"을 찾았다.
천연기념물 제 356호로 보호되는 이 나무는 마을에 살았던 "위윤조"라는 사람이
밭농사를 짓는 홀어머니의 휴식처로 삼기위해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넉넉한 그늘을 제공하는 보기드문 소나무다.
밑둥이 상대적으로 짧고 가지 3개가 굵게 뻗어 올라가서 생김새가 범상치 않은데,
높이는 9m,밑둥둘레는 3.8m,나무가지의 폭은 26m 정도이며 수령은 약300년 이란다.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외동리 소재; 지리산,내장산,월출산,내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명산중에 하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