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8
새벽에 쏟아지던 비도 그치고 하늘이 맑아지자,
망설이던 끝에 "증도"로 향했다.
"증도대교"위로 구름이 가득했으나 검은 먹구름은 아니라 다행이다.
한쪽 집게손이 유달리 큰 "달랑게(?)"의 환영인사를 받으며 걸어가는데,
새로생긴 다리에 임무를 넘겨버린 배가 외롭게 출렁거리고 있다.
다리를 1/3쯤 건널때 반대편의 하늘이 희뿌해지고 비가 세차게 몰아친다.
강한 바람에 몸이 자꾸 오른쪽으로 향하는데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다.
"신안해저유물"발굴지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뿌옇게 보이는 바다 저편에 난파선이 좌초했다는데
오늘같은 날씨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니 정말로 난파선이 바위에 걸쳐져있다.
"Treasure Island"라는 전시관 겸 음식점이다.
평평한 바위밑에 도자기를 두어서 난파선 현장을 묘사한 구성이 재미있다.
밖을 바라보니 날씨는 조금도 개선될 기미가 없어 2층으로 가니
발굴된 청자의 모형들을 전시하고 있다.
비가 내리는 갑판에 서서 바라보니
바다는 온통 희뿌연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700년전 난파선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날이 조금 밝아져서 주변을 살펴보니 배는 바위섬에 갇히고
앞쪽에는 사나운 바위들이 길을 막고있구나.
길을 잡으려고 뱃머리를 돌렸으나 끝내 암초를 피하지 못하고 좌초하는구나.
엎친데 덮친다더니 반대편에서 갑자기 사나운 장대비마져 몰려오니
이를 어이한단 말인가.
700년전의 상황을 회상하면서 뜨거운 차 한잔을 마시고나니
거짓말 처럼 비가 그치고,
출렁이던 바닷물도 잠잠해진다.
그리고 멀리 파란 하늘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 내더니,
난파선은 또다시 "신기루"가 되어 그자리에 고요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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