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9
정상에서 주위를 내려다보며 호연지기를 기르다가
남쪽의 바위의 눈에 덮힌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날카로운 눈과 오똑한 콧날을 가진 "마스크맨 2"가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홈통바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눈덮힌 초입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그러나 바위에 도달하니 눈에 발이 미끄러진다.
보통때도 급경사인데 눈이 덮힌 상황이라서 위험할듯하다.
아쉽지만 코스를 달리하여 내려가야 되겠다.
돌아나오는 길위로 족제비모양의 바위도 보이고
기도하는 듯한 사람의 머리모양도 보인다.
머리와 목,등으로 흐르는 선의 모양이 완벽하여 "달마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제 하산길이다.
길옆의 "남근석"을 돌아 내려가니
가파른 철제계단이 나오는데 양옆의 난간이 너무 낮아서
잡을 수도 안 잡을 수도 없어 등을 구부리고 내려오니 허리가 아프다.
다시한번 고개를 돌려 "홈통바위"쪽을 보니 아래쪽에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모양의 바위가 있어 재미있는 모습이다.
"석림사"방향의 하산길이 의외로 가파르다.
내려가는 길에는 눈속의 낙엽이 드러나서 구불구불한 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설경속에서 "마스크맨 3"를 발견했다.
커다란 눈에 왕방울 코,비틀어진 작은 입을 가진 못난이다.
지금껏 보았던 마스크맨들에 비해서 못생겼지만
보면 볼수록 웃음짓게 하는 모습이다.
조그만 집을 생각나게 하는 정삼각형모양의 돌이
어두운색의 나무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그 아래에는 다정한 오누이의 모습을 한 돌이 보인다.
단지 눈에 덮혔을 뿐인데 정말 바위들의 무한한 변신이 놀랍다.
어린 소나무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길게 누워있고
가지가 구부러진 소나무도 눈을 등에 얹은채로 힘겹게 서있다.
하얀 눈밭사이로 시냇물이 흘러간다.
거북바위가 눈을 등에 이고서 조용히 업드려있고
시냇물은 눈을 녹여서 아름다운 추상화를 만든다.
눈을 녹이며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니 어떤 희망의 메세지를
보는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석림사"를 지나서 내려오니 "노강서원"이 보인다.
조선 숙종15년 인형황후의 폐출이 부당함을 간언 하였던
"정재 박대보"의 뜻을 기리고 지방교육의 장으로 삼기위해
숙종21년 서울 노량진에 건립한 서원이다.
숙종23년 "노강"이란 사액을 받았는데 대원군의 서원철폐때
남은 47개 서원중에 하나다.
6.25전쟁때 소실되어 1969년 의정부 장암동으로 옮겨 지었다.
서원 앞에는 주춧돌이 있는데 "청풍정"이란다.
"서계 박세당"이 "매월당 김시습"을 추모 배향하기 위해서 충열사를
짓고 그 앞에 정자를 지어 유생들과 학문을 논하던 정자다.
"장암역"부근에서 파전에 막걸리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전철에 오르니 온몸이 노곤노곤하고 눈이 스르르 잠긴다.
그러나 서울에서 산행을 한 이래로 가장 많은 눈구경을 한 기쁨과
덤으로 문화재 공부까지 하였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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