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제주 올레길

2차 올레길 답사 7일째(13코스; 용수포구- 저지마을회관))

winwin55 2013. 10. 8. 18:36

2013.10.03

 

13코스는 節婦岩에서 시작된다.

조난 당한 남편을 기다리다 비통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 후기 고씨부인의

이야기가 전해 지는곳으로,남편의 시신을 찾지 못하자 소복단장하고 용수리 바닷가 절벽의 팽나무에 목을 매었는데 이튿날 남편의 시신이 바위 아래에서 떠 올랐다.

현감이 부임하여 열녀비를 세우고 부부를 당산봉 서쪽 양지 바른곳에 합장한 뒤

제를 올렸고,부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해마다 3월 15일 제를 지낸다고 한다.

어제 예약(?)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펜션 옥상에 오르니 전망 좋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용수포구와 누운섬,차귀도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 있어 장관이다.

마을을 벗어나자 푸른 밭 뒤로 종점인 "저지오름"이 보이고

맨 뒤에는 "한라산"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가까이 가보지는 못하지만 언덕너머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가

바람을 맞아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 보고서

한가로이 밭길을 걸어가니 길 오른편에 mini교회가 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하고 생수까지 구비되어 있어

보는것 만으로도 배려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 왼편에 마주 서있는 mini카페가 완성되면 좋은 쉼터가 될듯하다.

길옆 소나무 사이에 "제주 모모"라는 앙징맞은 무료 숙박시설도 구경하고 나니

오른편으로 제방이 나오고 물이 듬성 듬성 고인곳이 보인다.

이곳은 "용수저수지"로 1957년 인근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소나무숲,갈대밭,부들밭과 묵논습지 등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겨울철 찾아오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로도 유명하며

수생식물 등과 곤충,조류,포유류 등 여러 동식물이 자라는 습지생태계의 보고다.

밭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간새가 왼편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다.

50명의 특전사 대원들이 이틀 동안 총 3km 7개 구간에 걸쳐 만든 숲길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겨서 사라졌던 숲 속의 비밀스런 오솔길을 나오니

"산디(밭벼)"가 자라는 밭을 돌아서 길은 다시 숲으로 이어진다.

밭둑에 피어있는 나팔꽃 모양의 붉은꽃을 잠시 살펴 보고 발길을 옮기니

나무가 촘촘하게 서 있는 숲길이 나온다.

마치 제갈량이 펼치는 진법의 가운데에 들어선 것처럼 어지러워서

주의 깊게 리본을 살피지 않으면 길을 잃을듯 하다.

고사리가  많은 "고사리 숲길"을 지나는데 이곳도 역시 거미줄이 앞을 가로 막는다.

우리보다 먼저 삼천포에서 왔다는 세사람이 앞서 걸어 갔는데

거미줄이 있는걸로 봐서 오늘 13코스는 우리가 첫번째로 지나는듯 하다.

숲길을 나오자 "쉼팡"이라는 무인 휴게소가 있다.

마을 주민들이 차를 마실수 있는 원두막을 마련해 놓아서

잠시 길을 멈추고 뜨거운 커피 한잔하니 올레를 걷는 재미가 살아 난다.

4.3사건때 방화로 사라진 "하동마을"이 있었던 곳이라는 표지도 있어

현대사의 비극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들어가니 햋빛을 받아 빛을 발하는 콩밭이 환상적이고

"낙천리 아홉굿마을" 마을길에는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문 감나무도 있다.

마을길 왼편으로 돌아 나오자 의자조형물이 보인다.

2007 - 2009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3층 높이의 의자로 문을 만들고

1,000 여개에 이르는 의자 조형물을 만들어 의자공원을 세운곳이다.

입구에 기대어 있는 중간 스템프를 확인하고 들어 서니

각양 각색의 의자가 많기도 하다.

분위기 좋은 휴게소가 있어 식사도 하고 쉬어갈 수 있어서

"추억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맥주 1캔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급 실망이다.

길은 행사장을 가로 질러 이어지고 "낙천잣길"이 시작된다.

돌담으로 경계를 이루는 다른곳과 달리 돌담을 더욱 두텁고 단단하게 쌓았으며

길에도 자갈을 골라 깔아 놓은 길 이라는데, 흔적이 없어서 아쉽다.

의자가 곳곳에 놓인 밭길을 나와서 조금 걸어가자

붉은 칸나가 피어있는 길 옆에 사찰도 있고

중산간 밭길로 접어 들자 노랗고 탐스럽게 익기 시작하는 귤들이 보인다.

조금 지루해질 무렵 길가에 쉴만한 의자들이 있어 배낭을 내려 놓고

주위를 둘러 보니 조그만 연못이 보인다.

"용선달리 물통"이라는데 모두 여섯개가 있으며

옜날에는 목욕물과 가축들이 마시는 물,식수 등으로 사용 했단다.

지금도 큰 가뭄이 아니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한다.

포장된 농로를 따라 단조로운 길을 한참 걸어가자

길 양옆으로 소나무가 무성하고 구불 구불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뒷동산 아리랑길"이 시작된듯 하고 오름이 보이기 시작할때 쯤,

길 주위에 무덤들이 많이 보인다.

오름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나무가 우거진 평탄한 길을 걸어 가니

가파른 계단이 심신이 지쳐가는 우리를 압도 하나

한발 한발 밟고 오르니 전망대가 나오고

전망대 못미쳐 있는 계단을 내려 가니 분화구의 모습이 보인다.

움푹 패인 분화구에 빽빽히 들어찬 나무들이 인상적 인데

기원전 20만년전 형성된 원형의 球 형태의 분화구로 둘레가 800m 깊이가 62m 이며

수십년 전 까지 이곳 분화구 밑에서 유채,보리,감자등을 재배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분화구의 신비한 모습을 감상 하는것은 좋았으나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니 한숨만 나온다.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는 거짓말(?)을 하는 재미도 없다면

정말로 힘든 오름막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경치가  360도 파노라마 처럼 펼쳐 지는데

제주 서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가슴이 시원해 진다.

"저지오름"은 닥나무가 많아서 닥물오름,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새오름 등으로 불리는데 "저지"는 "닥나무"의 한자식 표기다.

분화구를 한바퀴 돌아가는 정상길에도 나무들이 무성하고

나무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분화구에도 온통 나무들 세상이다.

분화구를 한바퀴 돌고도 미련이 남아서

다시 전망대에 올라 "한라산"을 바라보고 오름을 내려가서

오름을 돌아가는 둘레길을 따라 걸어 가니

마을이 나오고 왼편으로 버스길을 걸어 가니 마을회관 앞에 스템프가 있다.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니 주인이 용수포구에서 배낭을 가져다 주어 고마웠고

저녁은 준비가 안된다 하여 학교앞 식당에서 쌈밥을 먹었다.

* 용수포구- 순례자의 교회- 용수저수지- 특전사 숲길- 고사리숲길- 쉼팡-

  하동사거리- 낙천리 의자마을- 대웅전- 용선달리물통- 뒷동산 아리랑길-

  저지오름- 저지마을회관 ; 일계 14.8km (누계 89km)

* 아침 \15,000 , 낙천리 수다뜰 \16,000 , 생수 \2,000 , 저녁 \14,000

  숙박 \40,000 ; 일계 \87,000 (누계 \1,02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