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제주 올레길

2차 올레길 답사 8일째(14-1코스; 저지마을- 인향동 버스정류장))

winwin55 2013. 10. 8. 17:01

2013.10.04

 

 

아침에 주인이 밥상을 방으로 가져다 주어 미안했고

아주머니의 소문난 솜씨에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길을 나섰다.

마을회관을 조금지나 오른편으로 마을 안내판이 있고 그 앞에 스템프가 있다.

포장된 밭길이 이어지다가 흙길이 시작 되고

리본과 화살표시를 주의 깊게 보면서 걸어 가는데

포장된 농로가 길게 이어지더니 앞쪽에 말 2 마리가 길을 막고 있다.

한마리는 묶여 있으나 한마리는 풀어져 있는데

아직 새끼인듯 어미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길을 막고 있다.

말을 피해 조심스럽게 걸어 가자마자 로타리 같은 곳이 나오고 안내판이 있다.

"폭낭쉼터"인데 나무 그늘도 있어 잠시 땀을 식혀 본다.

길 오른편에 동산이 보이고 말목장이 있으며 간이화장실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오설록"까지 화장실이 없다는데 남,녀 공용 1칸이라 아쉽다.

사유지인 말목장을 지나서 길은 이어지고

발 밑의 말똥에 주의를 기울이며 오르니 "문도지오름(260.3m)"이 보이나

정상에 가까운 길에 있는 똥폭탄은 길을 우회하게 만든다.

정상 부근에 오르니 이곳 또한 "저지오름"에 뒤지지 않는 풍광이다.

사방에 펼쳐져 있는 "곶자왈"의 모습이 밀림을 연상케 하고

"저지오름"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이는데 마치 나무의 바다를 보는듯 하다.

"곶자왈"의 지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원시림의 한가운데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멋진 곳이다.

말목장 인데 말이 안보이나 했더니 나무 그늘 속에 한무더기가 보인다.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길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데 마릿수가 많아 살짝 겁도 나지만

천천히 걸어 가니 슬며시 길을 비켜주어 고맙다.

오름을 내려가니 제법 너르고 소나무가 빽빽한 길을 만난다.

길 왼편으로 접어 들어 좁은 입구(?)를 지나자 "저지곶자왈"의 속살이 드러 난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좁은길이 나 있고 인적도 없고 새소리 마저 드물다.

리본 보랴 주위를 둘러 보랴 눈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14-1-67 등의 숫자가 적혀 있는 하얀 리본이 별도로 더 달려 있다.

관할 경찰서에서 위치를 표시한 리본으로 긴급시 유용하겠다.

아마존의 정글을 탐사하는 기분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나무가 너무 무성한 탓인지 바람이 불지 않아 조금 후덥지근 하고

약간 어둠 침침 하여 무서운 기분도 드는 길이다.

모처럼 햋빛이 드는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걸어 가니

벌통이 놓여 있는곳이 나오고 윙윙 거리는 벌들을 피해서 오른편으로 걸어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돌담장 사이로 난 좁은 출구를 지나 걸으니

"오설록"의 너른 녹차밭이 보이고 왼편 밭길로 나가니 건물이 있는데

구경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말차를 마시며 목마름과 더위를 식히고 건물을 나섰는데 스템프가 보이지 않는다.

사무국에 전화하니 "이니스프리" 앞뜰에 있다 한다.

왼쪽으로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가니 오른편에 간새가 보인다.

"청수곶자왈"이 시작 된다.

곧게 뻗은 너른 풀밭길이 계속되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길이다.

나무 터널을 지나며 주위의 무성한 나무들을 살펴 보고

부드럽게 휘어지는 길도 지나며 즐거운 산책이 계속 된다.

나무에 달려 있는 이름모를 열매도 감상하며 걸어 가니

숲이 사라진듯 하였다가

길 주위로 울창한 나무숲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게 무슨 날벼락 인가!

포장된 도로를 걷다보니 온통 말똥 지뢰다.

말똥 구경을 실컷하며 걸어 가니 커다란 간새가 나오는데

이제 "청수곶자왈"이 끝나 간다.

낮은 돌담을 지나서 작은 길을 건너니 또 나무가 무성하다.

"무릉곶자왈"이 시작 되는곳이다.

이곳도 숲이 깊어서 "저지곶자왈"처럼 침침하다.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리본을 주시하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걸어 간다.

오후 2시 이후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주의표시 말이 실감이 나는 길이다.

그런데 이쯤 부터는 마치 "매트릭스"에 들어와 있는듯한 기분이 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약간 아플듯 하다.

온 정신을 길찾기에 쏟아 붓다보니 지루함과 피곤함이 밀려 온다.

햋빛을 받으며 서있는 간새를 보자 "곶자왈"을 빠져 나왔다는 기쁨이 들었는데

왼편으로 이어지는 길은 다시금 "곶자왈"로 들어 가는 분위기다.

돌담을 돌고 돌아서 멀리 밝은 빛이 들어 오는 모습을 보자

마치 어둠속에서 광명을 찾는 기분이 들고 머리가 개운해 진다.

출구 왼편의 정자에 앉아 "곶자왈 매트릭스"에서 빠져 나온 마음을 갈무리 하고

마을(인향동)로 접어드니 두꺼비 3마리가 놀고 있는 연못도 있고

담벼락에 청초한 꽃도 활짝 피어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14-1 코스 마지막 스템프를 찍고

사거리를 두리번 거리니 이번에도 무인카페가 보인다.

70-80 노래가 흘러 나오는 정원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주인장에게 전화하니 10 여분쯤 뒤 트럭이 나타난다.

숙소에 들어와 여장을 푼 뒤

국수를 먹으러 갔다.

수육도 시켜서 막걸리를 곁들이니 배도 부르고 취기도 오르고

오늘의 피로가 모두 사라진다.

* 마을회관- 저지밭길- 폭낭쉼터- 문도지오름- 저지곶자왈- 오설록- 청수곶자왈

  - 무릉곶자왈- 인향마을- 인향동 버스정류장 ; 일계 18.8km (누계 107.8km)

* 아침 \12,000 , 오설록 \15,000 , 음료 \2,000 , 저녁.소주 \23,500

  숙박 \40,000 ; 일계 \92,500 (누계 \1,11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