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5
늦은 성묘를 하러갔다.
아직도 나무는 푸르고 내리쬐는 볕은 따갑게 느껴진다.
태풍과 호우도 비켜가고 평온한 모습이다.
가을 햇살을 받는 마을의 모습이 한 없이 정겹게 느껴진다.
때가 때인지라 "전어"를 맛보려고 "율포"에 도착했다.
잔잔한 바다위에 푸른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더없이 한가롭다.
한적한 풍광을 마음껏즐기고 있는데 배꼽시계가 시간을 알리자
"전어"가 노니는 수족관을 구경하면서 음식점에 들어갔다.
무침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전어무침"을 시켰는데 "전어"는 보이지 않는다.
젓가락으로 확인하니 "전어"는 있는데 마치 물기를 짜버린 빨래감같은 맛이다.
궁금하면 못참는 아내가 주인에게 물어보니 "전날 저녁에 전어를 잡아서 손질해
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버무려서 내 놓는다."고 한다.
무침을 먹으면 맛이 가버린 전어를 먹는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던 것이다.
재작년 다른집에서 먹을때에는 바로잡은 싱싱한 전어를 무침으로 먹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 다시는 "율포"에서 전어무침을 먹지 말아야 하겠다.
맛없는 전어로 배를 채웠지만 녹차밭 구경을 안할수는 없다.
원시림같은 삼나무 군락은 마음도 몸도 시원하게 해준다.
아직도 푸르른 녹차밭에는 마지막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S라인의 녹차밭과 훤칠한 삼나무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둥그런 도넛모양의 녹차밭은 조형미를 자랑하고 있다.
"바다정원" 오르는길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평온 - 그 자체다.
숨을 헐떡이고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니
바다가 보이고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바다정원"이라는 이름과 잘 맞아 떨어진다.
내려가는길은 편백나무길이다.
녹차밭을 지나서 바다도 구경하고 산림욕까지 할 수있는 다목적 웰빙구간인데
경사가 조금 심하니 조심해야 하겠다.
내려와서 입구로 가는길에는 제 멋대로 구부러진 나무가 파격의 미를 보여준다.
절제된 S라인의 녹차밭과 직선적인 삼나무와 편백나무의 짜임을 한방에
통쾌하게 무너뜨리고 여유만만하게 서있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낄수 있어 좋다.
조금 어두워 지는 데도 사람들은 녹차밭을 오르고
우리는 "봇재"로 발걸음을 돌렸다.
"봇재다원"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후련함 - 그 자체다.
2층누각에서 녹차를 음미하며 내려다 보는 경치는 정말로 속이 시원해진다.
따뜻한 가을볕을 받으면서 녹차밭,산,바다,하늘을 바라 보노라면
평온함과 함께 대장부의 "호연지기"도 가슴에 품게 되는듯하다.
뜨거운 녹차를 연거푸 마시면서 경치까지 음미 하다보니 하늘이 붉어진다.
석양 노을을 보고 싶지만 갈길이 멀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려는데
자꾸 고개는 바다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