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0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북항쪽으로 가다가 "압해대교"를 건넜다.
다리지나서 좌회전하니 "압해도 선착장"이 나온다.
끊어진 뱃길때문인지 선착장에는 낚시하는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적막하기만 한데,
덩그러니 놓인 빈배 뒤로 귀를 쫑긋하는듯한 "유달산"의 모습이 보인다.
"유달산"을 오르는데 벌써 해는 구름뒤로 숨었다.
석양이 제일 아름답다는 위치에서 바라보니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바다위에 붉은 물결을 만들어내려고 안간 힘을 쓰는듯하나 역부족이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인지 제법 땀을 흘리고서 나서야 산을 내려왔다.
종각에서 바라보니 "노적봉"뒤로 "일등바위""이등바위"와 정자들의 모습이 정겹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서쪽하늘은 구름사이를 뚫고 나오는 석양 햇살로 눈부시다.
"삼학도"의 "요트마리나"에 가니 특이하게도 나무로 만들어진 요트가 있는데
그 크기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듯하다.
정박되어있는 요트 너머로 해가 기우는 모습이 너무도 이국적이고
요트의 규모와 종류가 다양하여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부러운 마음에 실컷 눈요기를 하고나도 무언가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미련이 남았으나,다음을 기약하고 길을 제촉했다.
다음 행선지는 "갓바위"다.
해안가에 침식된 바위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아주 먼 옜날 병든 아버지를 모시던 젊은이가 장례를 치르다가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트리자,불효를 통회하며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그 자리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훗날 이곳에 두개의 바위가 솟아올라 큰바위를 "아버지바위"
작은 바위를 "아들바위"라고 불렀다고 전해온다.
그런데 "갓바위"옆쪽으로 초가집같은 바위가 있어 흥미롭다.
언제나 다정한 모습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갓바위"의 모습에서
사라져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정을 되새겨 본다.
저녁은 "독천 낙지마을"에서 "낙지탕탕이 비빔밥"을 먹었다.
"갈치속젖"과 함께 밥을 넣고 비벼먹는 맛은 먹어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
2010.11.21
일요일 아침도 낙지가 대세다.
아침부터 웬 라면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낙지와 굴을 넣고 끓인 라면의 맛 역시
먹어보지 않으면 말을 말아야 할듯하다.
"진도"로 들어선 우리는 "운림산방"으로 향했다.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64번지에 위치하며 전남 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되어있다.
공사로 인하여 주위가 횡 하게 뚤려서 아늑한 분위기는 없으나
단아한 모습은 변함이 없다.
전각앞에서 잠시 "첨찰산"의 포근함을 마음에 담고
앞으로 나아가니 "운림산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소치 허련""미산 허형""남농 허건"으로 이어지는 운림산방 3대의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역사의 산실이 조용히 눈앞에 다가온다.
연못은 네모나고 가운데에 배롱나무가 심어져있는 원형의 섬이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말기 남화의 대가이던 "소치 허련(1808-1893)"선생이
1856년 "추사" 서거이후 만년에 기거하던 곳이다.
그는 20대에 해남 대둔사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문하에서 서화를 배워
조선말기 남종화의 대가가 되었다.
시,서,화에 뛰어나 삼절이라고 칭송되었는데 주로 산수화를 많이 그렸으며,
마르고 갈라진듯한 필력을 구사한 점이 특징이다.
대표작으로 "하경산수도""추강만교도"등이 있고 "몽연록"등의 저서도 있다.
배롱나무가 가득한 연못 건너편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을 잡고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고
한쪽 연못가에 비추이는 단풍의 절제된 화려함은
금방이라도 화선지에 붓을 당기게 할듯하다.
뒤편의 초가는 예쁜 새옷을 갈아입고 자태를 뽐내고 있으나
지붕 이엉을 올린 모양이 정성이 부족한듯하여 아쉽다.
초가앞의 약수는 물줄기가 가냘프나 시원하고 깨끗한 맛이 예전 그대로여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듯하다.
돌아 오는길에 "녹진전망대"에 올랐다.
"진도대교"와 "울돌목"이 한눈에 들어오는 - 가슴 시원한 광경이 펼쳐진다.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가까이 다가서자 바다에서 소리가 난다.
바닷물이 흐르는 소리가 베이스의 저음부처럼 폐부를 흔들어 댄다.
성벽에 세워진 깃발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에서 옜 전투모습을 상상해도 보고
"진도대교"의 웅대한 모습과 붉은깃발이 만들어내는 강한 힘에 취해도 보면서
"명량대첩"의 숭고한 의미를 가슴에 새겨본다.
이곳에는 "명량정"등 정자와 성벽을 만들어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며
매년 10월경에 "명량대첩" 재현행사를 한다고 한다.
나루터에서 "진도대교"의 모습을 조망해 본다.
멀리 "이순신장군"이 그때의 정신을 잃지말고 계승 보존하라 이르시는듯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은 "회"를 먹었다.
메인요리인 "도미회"가 오르자 갑자기 술생각이 난다.
그래서 "진도홍주"를 선택했다.
사이다를 7부정도 따르고 그위에 홍주를 2부정도 부어서 검붉은 띠를
형성하는 일명 "꽃주"에 모두들 눈과 마음이 취해버렸다.
마지막으로 "갈치속젖"을 뜨거운 밥에 비벼먹는 맛이란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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